
훔친 바이크를 타고 향한 곳은 나폴리 뒷골목의 레스토랑이다.
“무슨 소리야. 아직도 안 만났다고?”
이곳에서는 스페인 해적 출신의 요리사가 피자를 굽는다. 먹음직스러운 마르게리타를 앞에 두고, 남색 머리카락의 존속살인 전과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그때 이야기했던 거 때문에? 내키면 얼마든지 번복할 줄 알았는데.”
“낙원에서 나가면 낯짝 마주치지 말고 살아가자고 했으니까.”
머리를 분홍색으로 염색한 스트리트 파이터가 턱을 괴고 피자를 원수처럼 노려본다. 로빈은 꼴값을 떤다는 투로 혀를 차며 가장 먹음직스러운 조각을 먼저 가져갔다.
“적당히 하고 그냥 봐.”
“아, 싫다고!”
안젤리카는 신경질을 내며 딱 한 번에 비운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라거 맥주. 비라 모레티. ‘모레티가 모레티를 마시는군.’ ‘한마디만 더하면 뒤진다.’ ‘한매디만 더하면 디진다.’ 결국 빈 맥주캔이 날아가 로빈의 머리를 가격한다. ‘아! 조심해. 너보다 몇 배는 똑똑한 머리인 줄 알아?’ ‘그것도 기계로 갈아끼든가.’ ‘엿 먹어.’ ‘너나.’ 나이를 먹을수록 대화 수준이 점점 더 유치해진다.
그래서다. 결정을 번복하는 것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 여자와 마주치면 분명히 발생하게 될… 어떤… 불가해한 가능성이 두렵다. 누구도 제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바이크에 올라탄 것처럼. 우리는 ‘적당히’ 하지 못했고, 그래서 6년이 지나간 거다.
하! 몬탁에 갈까 보냐? 그것도 발렌타인 데이에? 내가 미쳤다고.
…….
…….
그러나 2051년 발렌타인 데이에 관한 랜덤한 생각들. 오늘은 카드 회사가 만든 날로, 사람들 기분을 엿같이 만든다고 한다. ‘제기랄.’
*끼이익.* 몬탁의 기차 플랫폼에서 훔친 것이 분명한 낡은 바이크가 몬탁의 유일한 재즈바 앞에 엉망으로 멈춰 선다. ‘…….’ 그 옆에 잘 주차된 팻보이를 흘긋 쳐다본 여자는, 몇 초쯤 망설이다가 재즈바 문을 열고 들어선다.
6년이라는 시간은 짧고도 길다. 아니, 사실은 존나 길다. 누구도 6년을 짧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하지만 비스트는 가능한 더 오래 도망치고 싶었다. 무서운 여자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