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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1년 12월 7일, 에카테리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폭력배에게 납치당한다. 하필 초세계급이라는 권위를 등에 업고 있어서, 그녀의 소위 ‘여자 친구’도 그녀를 구출해주지는 못했다. 도망칠 수단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날것의 감정에 대면하여 소리 지르며 울고 싸워야 했다.

    ‘시간 낭비야, 이건. 날 왜 여기에 데리고 왔어?’ 

    ‘그냥. 보고 싶은데 네가 자꾸 꺼지라고 협박하니까….’

    자살 협박, 자해공갈, 구타, 핸드폰을 부수고, 헤로인 300mg을 버리고, 다리가 부러진 채로 바이크를 타고, 그러다 말고 또 싸우고,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가, 결혼하라고 했다가, 마음대로 나를 찾아왔다가 마음대로 나를 떠나고, 마음대로 나를 죽이고 이제는 마음대로 죽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다.

    불확실한 감정들은 서로에게 공격적인 말이 되어 부딪힐 때만 어떤 언어가 되어서 우리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를 서로에게 데려가기까지 소요된 것은 수천, 수만 마일의 가솔린, 왜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이토록 어려운데, 당신을 상처 주는 건 터무니없이 쉬운 걸까?

    결국 하룻밤을 꼬박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나서 같은 침대에 기절하듯이 누웠을 때, 우리는 몸을 돌려 서로를 피하는 대신에 그냥 그대로 있었다. 살결이 겹쳐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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